김치의 매력
컨텐츠 정보
- 0댓글
-
본문
‘한국인의 음식’ 김치의 매력
관련이슈 : 세상사는 이야기
20081121002860
-
고정일 소설가·동서문화발행인
김치말이는 어떤가. 잘 익은 동치미 국물에 찬밥을 말고, 동치미 무와 배추김치 채친 것을 올려놓고 깨소금·참기름을 조금 넣어서 먹는다. 동치미 국물에 육수나 꿩고기 국물 또는 닭고기 국물을 섞으면 더욱 맛이 좋다. 황해도에서는 고기를 얇게 저며 밀가루와 달걀을 묻혀서 기름에 지진 고기 전을 채치거나 양념한 뒤 꿩고기 볶음을 고명으로 얹기도 한다. 춥고 기나긴 겨울밤 찬 동치미 국물에 밥 말아 먹는 밤참 그 맛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김장의 기본에는 통김치와 보쌈김치, 배추속대김치, 깍두기가 있다. 깍두기에는 생굴깍두기, 비늘깍두기, 무청깍두기 그리고 동치미와 짠지가 있다. 별미 김치로는 고들빼기김치·파김치·갓김치와 섞박지(배추·무를 넓적넓적 썰어서 향신채와 양념·젓갈·소금·고춧가루에 버무려 담근 김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좋은 배추를 재배하게 된 것은 19세기 들어서부터이다. 그 이전에는 섞박지가 김장의 주류였다.
한국의 김치는 상고시대·신라·백제·조선 오랜 역사를 통해 변천을 거듭했다. 장기간 신선도를 유지하는 김치를 두고 ‘인류의 위대한 발견 가운데 하나’라고 영국 옵서버지가 격찬한다. 옵서버 요리 칼럼니스트는 김치의 3대 마력을 쓰고 있다. 야채란 염장(鹽藏)하면 뜨거운 물에 데친 것처럼 풀이 죽게 마련인데, 김치는 날로 먹을 때처럼 아삭아삭 아삼삼한 신선미를 유지하는 게 첫째 마력이다. 염장하는 세상의 수많은 야채 요리에서 맛볼 수 없는 맛난 맛·발효미가 유럽의 피클 올리브 장아찌 중국의 저(菹) 일본의 오싱코(御新香)에서 맛볼 수 없는 김치 특유 산패하기 직전 오묘한 맛으로, 고추 특유 성분이 그 맛을 보다 오래 유지시켜 주는 게 둘째 마력이다. 세 번째 마력은 동물성 식품을 주로 섭취함으로써 생기는 영양의 불균형을 김치가 이상적으로 바로잡아준다는 점이다.
서양의 문화가 버터 치즈의 문화라면 우리의 문화는 김치의 문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겨레의 미각은 곧 그 겨레가 지닌 자연환경 생활터전에서 획득한 것이다. 개화기 의사요 외교관으로 서울에 오래 살았던 미국인 알렌은 ‘조선견문’에서 조선 김치는 무려 140가지나 되며 다 익은 김치도 날 야채처럼 신선감이 나고 마늘을 넣지 않은 김치는 담백한 맛이 있다고 했다. 최근 농촌진흥청은 김치가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고, 특히 먹기 좋게 익었을 때 그 효과가 가장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농진청 기능성식품과에 따르면 김치 시료를 인체 세포에 투입한 뒤 노화를 유도한 결과 김치 시료를 넣지 않은 세포에 비해 노화가 현저히 늦게 진행됐다 한다.
세계 곳곳 슈퍼마켓, 올림픽 공식 식단, 케냐야생동물공원 식당에까지 김치가 오른다. 오바마나 클린턴도 이 김치 맛에 감탄한다. 이렇듯 김치는 야채의 식물성과 젓갈의 동물성이 고추 속의 캡사이신 성분을 매체로 영양가나 미각 측면에서 이상적인 화합에 성공한 식품이요, 그 화합미가 인류의 혀에 공감력을 형성시키는 위대한 음식이 된 것이다. 참으로 우리 김치는 인류가 추구하는 이상적 식품의 개척자요, 훌륭한 마술사라 할 수 있겠다.
고정일 소설가·동서문화발행인
관련자료
댓글 3 개
-
이전
-
다음
가정회 은행계좌
신한은행
100-036-411854
한국1800축복가정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