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천사 <황종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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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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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향한 작은 온정. 사랑의 씨앗을 파종하는 일이다. 연말연시 어린아이의 고사리 손에서 건네지는 동전 한 닢, 하루를 힘겹게 산 일용노동자의 지폐 한 장이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털옷으로, 쌀로, 연탄으로 전해질 것이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는 시인의 물음처럼 가슴 훈훈한 사람들의 고운 손길이다.
아직 경기 침체의 골이 깊다. 가난하고 헐벗은 이들은 겨울이 두렵다. 넉넉해서가 아니라 내 가진 것의 조금을 덜어내 이웃을 생각하는 십시일반의 정신이 요청되는 때다. 물론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듯 하는 게 더욱 빛이 난다. 일부 지도층의 지나친 생색은 역겨움을 주기도 하잖는가.
남을 돕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예수는 종교인의 사회구제에 대해 말하면서 회칠한 무덤 같고 외식하는 자가 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화려한 옷을 입고 돈 몇 푼 던져주면서 속마음엔 교만과 거짓, 탐욕의 악덕이 가득차 있음을 경책한 것이다. 외화내병증을 멀리하라는 강조이다. 부처의 가르침도 궤를 같이한다. 보살은 큰 시주를 하되, 그 마음은 명성을 구하지 않고 이득을 바라지 않는다고 가르치고 있다. 도움을 줬다는 생각마저도 잊는 무주상(無住相) 보시의 깊은 뜻이 담겨 있음이다.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10년째다. 그제는 지난 9년 동안 남긴 돈(8100만원)과 맞먹는 8026만원을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 공터에 놓고 간 것이다. 전주시는 주민센터 앞 도로를 ‘얼굴 없는 천사의 도로’로 이름붙이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표지석을 내달 초에 세우기로 했다.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붓글씨 글이 새겨진다고 한다.
꽃은 향기로 말을 걸어오고, 사람도 그 인품만큼의 향기를 풍긴다. 다름이 있다. 꽃의 향기는 타고나지만, 사람의 향기는 선택되고 갈수록 새로워진다는 사실이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새해엔 향기 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하자. 복전(福田)에 씨뿌리는 일이다.
황종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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