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영 화백,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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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영, 해바라기처럼 피어난 빛의 시간
― 인사동 조형갤러리에서 열린 제2회 송지영 개인전을 다녀와 ―
늦가을 인사동의 거리는 잔잔했다. 은행잎이 바람에 흩날리고, 갤러리 골목 사이로 따스한 햇살이 비쳤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하다. 그곳, 造形갤러리에서 佳焰 송지영 작가의 제2회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정적 속에서도 그림의 숨결이 느껴졌다.
그의 화폭은 언제나 부드럽고,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따뜻하다. 이번에는 특히 색감이 한층 깊어지고 구도가 단단해져 보였다.
나는 그림에는 문외한이지만, 8년 전 제1회 개인전에서 보았던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결을 느꼈다. 그때는 첫 개인전의 설렘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세월이 빚은 여유와 확신이 담겨 있었다. 웬만한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에도 몇 달이 걸린다는데, 이번 전시에는 그런 작품들이 벽을 꽉 메우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시간을 쌓아왔는지, 그 노력의 흔적이 작품 하나하나에서 전해졌다. 단순히 ‘그림을 그렸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그것은 그의 삶이 빚어낸 결과였다.
도록에 실린 최종진 화백의 축사는 그의 예술세계를 잘 보여준다.
“송지영 선생은 내 위치에서 자연을 유심히 관찰하고, 거리감에 의한 현상을 작품으로 승화한다.”
그 말처럼 그는 늘 자기 자리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고, 그 안의 빛과 바람, 계절의 숨결을 포착해냈다. 작품 속 나무들은 그의 인내를 닮았고, 산수의 여백은 그의 마음의 온도를 닮았다.
그의 예술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오래 남는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소리 없이 스며드는 따뜻한 위로가 느껴진다. 그 위로는 어쩌면 그의 성품 그대로일 것이다. 말보다 행동으로, 요란함보다 진심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이가 바로 송지영 작가다.
둘째 아들 정현승 씨가 도록에 남긴 글에 눈이 머문다.
“어머니의 작품은 삶의 흔적이자 사랑의 결실입니다.”
그 문장에는 가족 모두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전시장 한쪽에는 남편 정 선생이 있었다. 손님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의 눈빛 속에는 오랜 세월 곁에서 지켜본 믿음과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화려한 말 한마디 없이, 묵묵히 뒤에서 받쳐주는 그 모습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예술의 길은 결국 혼자 걷는 길이 아니라, 함께 가는 길임을 다시 느꼈다. 정 선생의 조용한 외조는 한 사람의 화가를 완성시킨 보이지 않는 힘이었다.
송지영 작가가 내게 다가와 작은 캔버스를 건넸다.
“해바라기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꽃이래요. 드리려고 준비했어요.”
밝게 웃으며 내민 그림 속 해바라기는, 빛을 머금은 듯 환히 피어 있었다.
그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따뜻함이 그대로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해바라기는 그의 삶과 닮아 있었다. 항상 빛을 향해 고개를 들고, 어둠 속에서도 자신만의 온도를 잃지 않는 꽃. 그의 지난 8년은 바로 그런 길이었다.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자신이 믿는 길을 걸으며, 다시 빛으로 피어난 시간.
그 해바라기 한 송이 안에는 그 모든 세월의 흔적과 숨결이 담겨 있었다.
조형갤러리를 나서며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작가와 남편이 나란히 서서 손님을 배웅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빛을 그리고, 한 사람은 그 빛의 뒤에서 그림자를 걷어내고 있는 듯하다. 그 모습이 유난히 따뜻하게 마음에 남았다.
이번 전시는 단지 그림의 전시가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쌓아온 시간의 기록이었다.
그리고 그 빛은 여전히, 해바라기처럼 조용히 피어나고 있었다.
2025년 늦가을, 인사동 조형갤러리에서
문용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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