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美人曲>과 공직자 인사

정철의 사미인곡 (思美人曲)과 공직자 인사

1. 思美人曲의 緖詞와 結詞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 태어나니,

한평생 함께 살아갈 인연이며 이 또한 하늘이 어찌 모를 일이던가?

나는 오직 젊어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할 곳이 다시 없다.

[서사- 임과의 인연과 이별 후의 그리움]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라도 임 생각을 말아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하여도

마음 속에 맺혀있어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과 같은 명의가 열 명이 오더라도 이 병을 어떻게 하랴

아, 내 병이야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사라져 범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마다 간 데 족족 앉고 다니다가

향기가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옮으리라.

임께서야 나인 줄 모르셔도 나는 임을 따르려 하노라.

[결사-임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심]

2. 思美人曲- 무슨 내용인가?

1588년(선조 21) 정철(鄭澈)이 지은 가사. 2음보 1구로 계산하여 전체 126구이다. 음수율에서는 3·4조가 주조를 이루며, 2·4조, 3·3조, 4·4조, 5·5조, 5·3조 등도 나타난다. ≪송강집 松江集≫·≪송강가사 松江歌辭≫·≪문청공유사 文淸公遺詞≫ 등에 실려 전한다.

작자는 50세되던 1585년 8월에 당파싸움으로 인해, 사헌부와 사간원의 논척을 받고, 고향인 창평(昌平)에 은거한다. 이때 임금을 사모하는 정을 한 여인이 그 남편을 생이별하고 연모하는 마음에 기탁하여, 자신의 충절과 연군의 정을 고백한 작품이 〈사미인곡〉이다. 고신연주(孤臣戀主)의 지극한 정을 유려한 필치로 묘사하였다.

구성은 서사(緖詞)·춘원(春怨)·하원(夏怨)·추원(秋怨)·동원(冬怨)·결사(結詞) 등의 6단락으로 짜여져 있다. 서사에서는 조정에 있다가 창평으로 퇴거한 자신의 위치를 광한전(廣寒殿)에서 하계(下界)로 내려온 것으로 대우(對偶)하였다.

춘원에서는 봄이 되어 매화가 피자 임금께 보내고 싶으나 임금의 심정 또한 어떤 것인지 의구하는 뜻을 읊었다. 하원에서는 화려한 규방을 표현해 놓고, 이런 것들도 임께서 계시지 않으니 공허함을 노래하였다.

추원에서는 맑고 서늘한 가을철을 묘사하고 그 중에서 청광(淸光)을 임금께 보내어 당쟁의 세상에 골고루 비치게 하고 싶은 마음을 토로하였다. 동원에서는 기나긴 겨울밤에 독수공방하면서 꿈에나 임을 보고자 하여도 잠들 수 없음을 표현하였다.

결사에서는 임을 그리워한 나머지 살아서는 임의 곁에 갈 수 없다고 생각하여 차라리 죽어서 벌이나 나비가 되어 꽃나무에 앉았다가 향기를 묻혀 임께 옮기겠다고 읊었다.

〈思美人曲〉 작품 전체가 한 여성의 독백으로 되어 있고, 여성적인 행위·정조(情調)·어투·어감 등을 봄·여름·가을·겨울에 맞는 소재를 빌려 작자의 의도를 치밀하게 표현하였다. 사용된 시어나 정경의 묘사 또한 비범한 것으로 높이 칭송되고 있다.

그래서 홍만종(洪萬宗)은 ≪순오지 旬五志≫에서 〈思美人曲〉을 가리켜 “가히 諸葛孔明의 출사표에 비길 만하다(可與孔明出師表爲佰仲着也).”라고 하였다. 김만중(金萬重)도 그의 ≪서포만필 西浦漫筆≫에서 이 작품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思美人曲〉의 속편이라고 한 〈속미인곡 續美人曲〉, 〈관동별곡 關東別曲〉과 함께 “동방의 이소요, 자고로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이 3편뿐이다(松江先生 鄭文淸公 關東別曲 前後思美人歌 乃我東之離騷……自古左海眞文章 只此三編).”라고 대단히 칭찬하였다.

≪동국악보 東國樂譜≫에서는 〈思美人曲〉에 대해 ‘영중의 백설(班中之白雪)’이라고 하였다. 〈思美人曲〉은 굴원(屈原)의 초사(楚辭) 중 〈사미인 思美人〉을 모방하여 지었다는 설도 있다.

내용에 있어 유사한 점이 많기는 하나 한 구절의 인용도 없고 오히려 표현기교는 훨씬 뛰어나서 〈사미인〉을 능가하는 작품이라 하겠다. 후대에 이르러 〈思美人曲〉을 본받아 동일한 주제와 내용을 가진 작품들이 나타나게 된다.

정철의 〈속미인곡〉을 비롯하여 김춘택(金春澤)의 〈별사미인곡 別思美人曲〉, 이진유(李眞儒)의 〈속사미인곡 續思美人曲〉, 양사언(楊士彦)의 〈미인별곡 美人別曲〉 등이 모두 〈사미인곡〉의 영향에 의한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은 모두 정철의 전후사미인곡과 같이 충군(忠君)의 지극한 정을 읊은 것으로 정철의 작품을 모방하여 지어진 것이다. 한역시로는 김상숙(金相肅)이 소체(騷體)로 번역한 것이 이병기(李秉岐) 소장의 ≪사미인곡첩≫에 전하고 있고, 성연경재(成硏經齋)의 오언시인 〈사미인곡역〉이 전하고 있다.

3. 만나서 헤어질 때의 자세를 龜鑑으로 삼게 되는 思美人曲!

요즈음 대폭적인 인사이동과 관련하여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연이 다양한 것 같다. 먼저 65세 정년제도의 시행에 따라 한평생 공직자의 길을 걸어오신 선배님들께서 후선으로 물러나시게 되었다. 참으로 만감이 교차하실 것으로 생각된다. 초창기의 어려움을 오로지 하늘 대한 충심으로 한평생 ‘오로지 뜻만을 위해’ 헌신해 오시다가 그 뜻이 ‘다 이루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시기에 후선으로 물러나야 하는 심정은 당사자가 아니면 감히 짐작하기도 어려울 줄 안다. 특히 물질만능의 시대에 남들이 아니라는 외로운 길을 묵묵히 따라가면서 언젠가는 보람이 나타날거라는 희망을 갖고 평생을 매달려 왔던 지난날에 대하여 생각할 때, 거의 빈손으로(!) 떠나야 하는 현실을 되새겨 보면 참으로 안타깝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훈독교회 운영지침의 변경’에 따라 공직자의 대열에서 벗어나게 되는 많은 분들(독립 훈독교회장) 또한 착잡한 심정일 것으로 생각된다. 출범 당시에는 새로운 제도의 시행으로 많은 꿈과 기대를 걸고 용기있게 출발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러 여건이 여의치 않아 때로는 실망도 하고 좌절하기도 했던 지난날 이었다. 이 역시 당사자들 외에는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부문인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 훈독교회 정책이 정착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협회의 정책추진 의지와 기존 공직자의 이해, 그리고 당사자와 해당 식구들의 참여 열의가 ‘하나 되어야’하는데 생각들이 ‘각 부문 따로’가 됨으로써 중도에 궤도수정을 하게 되지 않나 그런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본인의 의사와는 별개로 대폭적인 이동이 됨으로써 또 짐을 싸야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야 하는 기존 공직자 분들도 ‘하고 싶은 얘기’가 많으리라 생각한다. 어떤 분은 지금까지 자기 외에는 현재의 기반과 실적을 쌓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떤 분은 자녀들의 교육문제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며, 새로운 임지의 제반 여건이 전보다 어렵고 미약하여 실망감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인사문제’에 따라 다양한 사연의 경우가 있는 이때, 우리들은 위의 내용과 같은 ‘사미인곡’을 되새겨 봄으로써 만나고 헤어짐을 당해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의 전범으로 삼아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물론 작가(정철)와 현재의 각 당사자들의 처지와 경우가 같을 리는 없기 때문에 ‘공감’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를 불러주신 길을 따라 내가 좋아서 택했던 뜻길을 가다가 내 생각과 의지와는 다른 길이 되었다고 해서 그 모든 섭섭함을 원망이나 불평으로 표현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닐뿐더러, 지금까지 쌓아왔던 순수한 공적도 훼손될 것이 사실이고 보면, 작가의 방식이 유용하고 편리하겠다는 생각이다.

평생을 하루같이 님과 함께 고락을 같이하며, 하나님의 새로운 섭리사인 제3이스라엘 사도행전의 주인공이신 선배님들!, 명예로운 용퇴에 대하여 존경과 축하를 드립니다.

중요한 때에 섭리사의 한 부분을 맡아 용기있는 출발을 했던 훈독교회장님들! 역시 그 수고와 공로는 하늘이 기억할 것으로 생각하며, 앞날에 무궁한 축복이 임하기를 기원합니다.

새로운 임지를 맡으시는 공직자님들! 늘 그래왔드시 성가 28장 ‘부름받은 몸’을 힘차게 부르면서 기다리고 있는 하늘의 새로운 자녀들을 찾고 양육하며 새 보금자리를 만들어 갑시다! 모두가 <님께서야 나인줄 모르셔도 나는 님을 따르려하노라>는 충심과 긍지와 자부심어린 마음을 지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