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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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 엽 ---황종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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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관련이슈 : 설왕설래
20081112004158
가을이 깊어졌다. 울긋불긋 단풍이 곱다. 겨울로 들어설 채비를 하는 요즘 새삼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낙엽이 구른다. 낙엽을 주워 책갈피에 끼우며 어릴 적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상큼한 아침, 높고 푸른 하늘, 따갑지만 싫지 않은 햇볕, 산들바람, 색색의 옷을 입은 아름다운 꽃들이 파노라마처럼 추억 속에 피어난다.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밟히는 낙엽들은 체감과 청각의 즐거움도 안겨준다. 아니 낙엽에선 향기가 난다. 작가 이효석은 낙엽을 태우면서 “잘 익은 커피 냄새가 난다”고 했지 않은가. 지난봄부터 힘들게 목숨을 지켜오면서 새 생명의 잉태를 위한 거름이 되는 낙엽의 ‘고귀한 삶’에서 어찌 향기가 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래서 어스름을 타고 지는 낙엽을 밟으며 ‘시몽,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라는 구르몽의 시를 외우거나, “찬바람이 싸늘하게 얼굴을 스치면/ …/ 푸르던 잎 단풍으로 곱게 곱게 물들어 …”로 시작하는 가수 차중락의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이라도 부르고 싶어진다. 가을은 교훈을 준다. 열매를 맺기 위해 열심히 살았지만 버릴 건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계절이 다 가도록 나뭇잎을 움켜쥐고 있다면 제때 곱게 물들지 못하고 갑자기 닥쳐온 추위에 마르거나 상해 버릴 것이다. 사람의 삶도 그렇다. 가질 때와 비울 때를 생각하지 않아 자신이 이루었던 많은 것을 잃는 경우를 더러 보기에 그렇다. 자연을 닮아야 함을 일러준다. 그게 변치 않는 진리다. 그래서 노자는 ‘도법자연(道法自然·진리는 자연을 본받는다)’을 설파했나 보다.
도심을 물들였던 가로수 잎들이 떨어지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낙엽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거와 처리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광균 시인이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라고 했지만 낙엽이 그토록 가치가 없는 것일까. 퇴비용이나 가을 정취를 만끽하려는 관광객들을 위한 자원 등으로 재활용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눈으로, 코로, 마음으로 보고 맡으며 느낄 수 있는 사계절이 있다는 것, 얼마나 고마운가. 하늘의 축복이다. 결실의 계절 가을은 더욱 그렇다.
황종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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