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겐빌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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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겐빌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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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겐빌레아(Bougainvillea)
예전에는 전혀 알지 못한 꽃이었으나, 이젠 정겹게 내 마음속에 안기운 꽃이다. 3년여의 여행에서 온 가리사니다. 가는 나라마다 반가이 맞아주는 억척스러움에 놀라워하다가 종내는 피붙이같은 자연으로 정차다.
이 꽃은 덩굴성 식물로써 일년 내내 쉼없이 꽃이 핀다. 이 꽃을 처음 본 곳은 이오니아해 북단에 있는 케르키라섬, 일명 코르푸섬으로 불리는 섬이었다. 그 후 이 나무는 비너스의 탄생이 얽힌 키프로스에서, 시바여왕의 전설이 살아 숨 쉬는 예멘에서, 청나일강과 백나일 강이 서로 껴안아 한몸되는 수단에서, 마그레브의 튀니지와 모로코에서, 이베리아 반도의 스페인 등지에서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 꽃은 보는 이에게 강렬한 자극을 준다. 핏빛보다 새빨간 부겐빌레아는 정열적이다 못해 생의 희열에 불타는 듯하다. 다홍치마 두른 여인들이 강강술래를 하듯 다홍빛 현란한 부겐빌레아는 나그네 옷깃을 부여잡고 오금을 못 펴게 한다. 온통 핑크 빛으로 치장한 침실처럼 로맨틱한 여운이 물씬 풍기기도 하는 부겐빌레아는 연인들의 사랑을 알알이 맺혀주는 세레나데이기도 하다.
이 꽃은 처음 만난 때는, 한국에서는 스산한 바람에 산천초목이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계절이었다. 그러나 이 꽃을 보았던 지구촌은 지중해성 기후로 완연한 봄날이었다. 야산에 무수히 돋아난 분홍빛이나 흰빛의 맵자한 시클라멘과 더불어 집집마다 처마나 문설주 위에 허들지게 무더기진 부겐빌레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에덴동산이란 테마의 성화가 상상에서 온 작품이 아님을 알았다.
그리스를 떠나 키프로스의 라르나카 국제공항에 도착한 때는 1월경이었다. 종려나무가 열주되어 늘어선 항구도시에서 이 꽃을 발견하고 반가워 물었다. 그때 ‘부겐빌레아란’ 이름을 처음 알게 되었다.
수단의 하르툼 국제공항에 내려 시내로 들어 갈 때다. 도로변의 가로수들이 부겐빌레아였다. 아직 나무가 성장하지 못해 덩치가 작을지라도 초록빛이 소중한 건조 기후의 삭막한 풍경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숙소 마당에도 이 나무는 연신 꽃망울을 피워대고 있었다. 나는 조석으로 물을 주면서 이 꽃나무를 유심히 살폈다. 꽃잎과 나뭇잎의 잎맥까지 생김새가 똑같고 단지 색깔만 다를 뿐이었다. 이 집에 사는 후배는 이 나무의 초록 잎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꽃잎으로 변하는 모양일 것으로 추측하였다. 나는 그럴 리가 없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지만 그는 박박 우겼다.
아라비안나이트의 여운이 고이 남아진 옛 도시 올드 사나, 무슬림들이 하루에 다섯 차례 기도하러 들락거리는 모스크의 담벼락에 휘늘어지게 핀 부겐빌레아의 아름다움은 첨탑들과 더불어 나의 뇌리를 파고들었다.
유럽인들의 휴양지로 각광받는 튀니스의 시디부사이드 집들은 온통 하얀 벽에다 청색 창틀을 한 관광명소이다. 형형색색의 부겐빌레아가 골목골목의 담벼락마다 더북더북 꽃을 피우며 청-백의 색상에 조화를 이뤄 이국적인 정취를 듬뿍 내뿜는다.
모로코의 수도인 라바트의 품위를 한결 고귀하게 높여 주는 것도 바로 이 식물이다. 이 곳은 꽃을 보고 즐기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줄기도 가꾸고 다듬었다. 부겐빌레아를 이용한 조경술은 아마 세계에서 으뜸일 것 같다. 아그날 지역에 부겐빌레아 담을 만들어 놓았는데, 덩거칠게 빽빽이 휘감긴 담이라 견고성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틈새없는 초록빛 사이로 현란한 꽃을 피우기에 예술적인 감마저 자아낸다.
스페인의 카빌라에서 만난 부겐빌레아는 높다란 종려나무를 휘감고 올라 풍성한 꽃을 피워 창공에 현란한 앙상블을 이루고 있었다.
이 꽃나무의 진실을 모로코에서 알게 되었다. 이 식물의 진짜 꽃은 귀엽게 생긴 엷은 노랑꽃이다. 크기가 아주 작아 코앞으로 다가서 유심히 살펴야만 볼 수 있다. 꽃처럼 보이는 것은 꽃송이를 보호해 주는 꽃턱잎에 불과한 것이다. 꽃턱잎이 아름답기 때문에 꽃처럼 보일 뿐이었다. 꽃턱잎 사이에 꽃부리는 숨은 듯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에 줄기에 붙은 잎사귀와 꽃턱잎은 색깔만 다를 뿐 모양새는 똑같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화려한 꽃턱잎은 수명이 길어 오래도록 한포국하게 한다.
중동지역은 고온 건조한 기후로서 삭막한 사막이나 황폐한 바위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겐빌레아는 이런 기후와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조건을 구비하여 삭막한 도시에서도 아리아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부겐빌레아! 흐놀다
쉼없이 가지가지에 꽃피워라.
나일강 총각이여, 다홍빛 물들은 두건 두르고 강가에 나아가
원색의 헤잡입고 부겐빌레아 꽃은 흑단의 처녀 맞으라.
핑크빛 사랑으로 메소포타미아 잠들게 하고 다마스쿠스 한길을 살찌우라.
이스마엘과 이삭의 후손이여, 요르단 강에 부겐빌레아 꽃잎 뿌려 미역 감을까.
부겐빌레아! 흐놀다
쉼없이 가지가지에 꽃피워라.
차도르 두른 카르타고인에게 아테네 언덕에 부겐빌레아 수놓게 하고
레바논의 백양목 향한 오솔길에 꽃잎 뿌리며 영원한 생명을 노래하라.
시바여왕이 거닐던 대지에서 부겐빌레아 꺾어다 로마 광장에 심게 하라.
키프로스 남부해변에 핀 부겐빌레아, 북부해변에 옮겨 꽃피울까.
<1997년 청파문학 제21집에서>
*위 갤러리는 대숲의 '부겐빌레아' 를 소재로 한국화가 연향 허은화 화백이 작품화하여 대숲에게 증정함.
<"부겐빌레아" 6호 한지+혼합재료 2009년作/ 대숲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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