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도순
글마당
[수필/일기] 분류

사이프러스(Cypress)

컨텐츠 정보

본문

사이프러스(Cypress)




이 나무는 매우 높다랗게 곧게 길면서도 두툼하고 탐스러운 멋이 깊숙이 배어있다. 주위에서 단연 빼어나 얼른 눈에 뛴다. 잔가지들이 원줄기에만 우북이 곧게 하늘을 향해 돌려났다. 말쑥하고 수수하면서도 운치나 흥취가 듬뿍 담겨 맵자하고 산뜻하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이 나무가 “이집트의 오벨리스크처럼 아름답다.”고 했다. 흙에서 나오는 거대한 불꽃처럼 이 나무를 그렸다. 그는 힘찬 생명력을 가지고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오르는 사이프러스 나무가 경이로웠나 보다. 이 나무를 주제로 ‘사이프러스 나무’, ‘사이프러스 나무와 별과 길’, 노란 보리밭과 사이프러스 나무‘ 등 역작을 후세에 남겼다.

이 나무의 특징은 조경사가 전혀 손을 대지 않아도 손질한 것처럼 언제나 가지런하고 말쑥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자연미가 어우러져 산뜻하면서도 맵시 있게 아름다워 거룩거룩 하다.

이 나무가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을 볼 때 지중해성 기후에만 적응하는 식물인 모양이다. 지중해 연안에서는 이 나무를 흔히 볼 수 있다. 지중해성기후는 겨울에 온난한 우기를 맞고 여름에는 고온 건조한 날씨가 계속된다. 그리스 서부의 케르키라 섬에서 이 나무의 매력에 깊이 빠져버렸다.

그리스의 아테네나 펠로폰네소스 고대유적의 허술하고 허전한 풍경만을 살핀 관광객들은 북서부 연안에 온갖 초록빛으로 치장한 아름다운 그리스 숲을 전혀 떠올릴 수 없을 것이다.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 있는 숲은 매우 이국적이다. 특히 파르나소스 연봉을 뒤로하고 세워진 델포이 유적 주위에 자생하는 나무들은 그리스인들이 세계의 배꼽으로 여긴 명소를 더욱 신비롭게 한다.

예루살렘 버스터미널에서 17번 버스를 타면 숲진 산자락에 안긴 에인케렘 마을에 닿는다. 세례요한 탄생교회와 마리아 방문교회가 세워져 있다. 이 산속마을에서 사이프러스 숲의 맵시와 운치를 진하게 맛볼 수 있다.

이스라엘의 구예루살렘 유대구역에 아타라 레오시나의 관광 및 연구센타가 있다. 이곳에 노아가 만든 방주를 비롯해서 모세의 성막, 솔로몬 왕이 건축한 성전 등이 미니처로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 복원된 방주는 통나무로만 엮어나간 사각형을 3층으로 나뉜 단순구조이다. 굵다란 옆가지들이 없이 하늘을 향해 곧게만 자란 사이프러스 나무는 최상의 선택이었을 것 같다.

사이프러스 나무와 같은 이름의 나라가 있다. 지중해의 동쪽에 자리한 사이프러스 섬이다. 이 섬도 그리스의 케르키라 섬처럼 사이프러스 나무가 자생한다. 내가 민박한 곳은 이 섬의 동남해안에 위치한 파라림니 마을의 크렌티스 농부 집이었다. 그는 타국인이 자기 나라를 키프로스로 부르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내가 처음에 어떻게 사이프러스 나무 이름을 알게 되었는지는 아령칙하다. 한 가지 도렷한 것은 사이프러스의 수도 니코시아 중심지에 자리한 미술관을 관람한 후 밖에 나온 일행에게 앞뜰에 오벨리스크처럼 높이 솟아오른 나무가 사이프러스 나무라고 내가 일러준 기억이다. 그들은 나라이름과 같이 나무이름에 희한해 했고 수개월이나 섬에 체류하면서도 갓 입국한 나보다 모른다는 사실에 계면쩍어했다.

미술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한 벽면을 다 차지하는 ‘비너스의 탄생’이란 대작이 관람자의 호흡을 일순 멈추게 한다. 커다란 조개껍데기 위해 긴 머리의 아리따운 처녀가 알몸을 지고지순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이 섬이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비너스의 탄생지이기에 이 작품을 첫머리에 배치한 모양이다.

이 섬나라는 동서로 철조망 국경이 놓여 한국과 같이 남북으로 분단된 국가로 완충지대에 유엔군이 주둔하고 있다. 남쪽은 정교회를 믿는 그리스인, 북쪽은 무슬림을 믿는 터키인이 다수를 차지한다. 사이프러스 나무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이 섬의 북부인 터키령이다. 이 북부지역을 가려면 니코시아 국경에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사도바울이 첫 전도여행지로 선택한 살라미스가 북부지역이다. 이 살라미스는 내가 민박한 파라님니 마을에서 아주 가까운데도 남북분단으로 쉽사리 갈 수 없는 땅이 돼 버린 것이다. 크렌티스 농부가 어렸을 적에는 자주 놀러갔었단다.

이 북부지역을 대표하는 명소가 베라파이세 대수도원의 유적으로 관광엽서에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이다. 이 명소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생명이 크게 살아 숨쉬는 사이프러스 두 그루에 압도 당하고 만다. 이 나무 때문에 살풍경한 이 고적은 거룩한 수도원으로 경건하기만 하다.

바울이 최초로 전도여행을 떠나 도착한 살라미스의 로마 유적지를 살피고 북쪽연안의 과레니아 항구로 향하려 키레니아 산맥을 넘다가 내려본 파노라마는 저절로 탄성이 터져나오는 장관이었다. 곳곳에 수없이 경이롭게 솟아오른 사이프러스 나무의 초록빛 기둥들은 각양각색의 초록빛 식물군락 위에 보암직하게 찬연히 빛났다. 이 사이프러스 나무들은 서로 빽빽이 자라는 군락을 이루지는 않는다. 자신보다 키가 작은 나무들 사이사이에 둥지를 틀고 자라 자기만의 개성을 연출할 줄 아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나무를 보면 엄지발가락 끝으로 곧추서 두 손을 모아 높이 치켜든 자세의 발레리나, 두 손 모아 긴밤 지새우며 하나님께 간구 드리는 거룩한 수도사가 연상된다.

관련자료

댓글 4

정해관님의 댓글

여유가 좀 있다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중동과 터키인데, 간접 경험이라도 할수 있어 감사 합니다.
우연히 북한산 등반시에 어느 분이 세계여행중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은 단연코 터키라고 하는 분의 견해가 인상적 이었습니다. 우리는 비교할 대상이 너무 한정되어 있어 부럽기만 했지만...

문정현님의 댓글

돌아서면 나무 이름은 잊어버리겠지만
곧게 높이 뻗은 가로수가 인상적입니다.

수도사!~~ 처럼 보이는 사이프러스 !~
기억데 담아보겠습니다.

고종우님의 댓글

사이프러스가 본인을 소개 해주신 목사님께 두손 번쩍 들고 감사하는 신앙의 모습입니다.
수필의 정의를 어렴풋이나마 터득하고 싶은 맘으로 읽었습니다.
수필창작 수업 감사 합니다.

가정회 은행계좌

신한은행

100-036-411854

한국1800축복가정회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