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운 산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조지훈의 완화삼(玩花衫) -목월에게>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의 나그네>
한자어로 천의무봉(天衣無縫)이라고 하죠? 순우리말로는 ‘쩍말없다’고 합니다. ‘너무나 잘 돼 더 말할 나위가 없다’는 뜻입니다. 지훈(芝薰) 조동탁의 시와 이에 화답한 목월(木月) 박영종의 시.
1916년 오늘은 목월이 태어난 날. 정신을 교류한 두 선비의 시를 음미하며 벗을 떠올려 보세요. 오늘은 친구에게 e메일이라도, 아니면 문자라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요, 시정(詩情)을 담은 마음을.
♡ 학창시절의 추억을 반추하면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