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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우님께! - 본인에게 전하지 못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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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우님께!



혈육이 아니어서 특별한 애경사나 초대받는 경우가 아니면 명절이나 각자들이 모이는 기일 같은 날에도 서로 오갈 이유도 없고, 서로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여유로움이나 쪼달림에도 굳이 간여할 바가 아니어서 서로

부담없이 지내고 있지만, 같은 교회 같은 지역에 있다보니 혈육 간에도 나눌 수 없는 우리끼리의 우정이랄까 의리랄까 여하튼 야릇한 정이 쌓였더랬소.

지난해 아우님이 상처하기 전에는 같은 가정,비슷한 나이,그리고 말이 통하고 뜻이 통하여 공식 모임 아니더라도 식사 모임이며 산악회 등반은 물론 태국 중국등 해외 여행에도 부부 동반하여 자주 어울렸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 곳에 있든 아우님 혼자 있네요. 환갑을 넘긴 나이도 있고 매사에 깔끔한 성격 탓도 있지만 주눅들지 않고 담담한 일상 생활 뒷면으로는, 소리 죽여 울고 있는 모습이 이 사람의 눈에 자꾸만

보입니다. 이것은 나 혼자만의 지나친 온정주의적 감상 때문만은 아닐 겝니다.

최고 최상의 삶의 가치요 현실적 보람을 도려낸 아픔이 시간적으로도 쉽게 아물지도 않았을 뿐더러 분명하면서도 섬세한 아우님의 성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때문일 겝니다. 그런데도 나에게는 아우님을 위로할 아무

말도, 아무 힘도 없습니다.


간혹 교회 식구들 끼리 함께 모여 얘기하고 또는 무심코 짝지어 소리내며 웃고 할 때면 나는 아우님의 빈 자리를 의식하며 표정도 바꾸고 눈길도 돌립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감정일 뿐이지 아우님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아우님은 3년 가까운 지성을 다한 간병 생활을 통해 아내의 마음 속에 참 사랑과 또 다른 烈의 의미를 깊이 새겨두어 마지막 선물로 남긴 것을 나는 떠나기 전 제수씨와의 대화와 표정을 통해서 확인한 바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말을 아끼면서 지켜보는 시집 장가간 자식들 눈에도 부부의 사랑과 도리를 흔들림 없는 행동으로, 살아 있는 교훈으로 심어주고 보여주었습니다.


해가 바뀌고 사랑하는 짝을 보낸지 여러 달이 지난 이 순간에도 어지간한 세파에는 꿈쩍도 않는 아우님의 당당하고 담담한 삶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得道란 그렇게 고상한 것도 또 山 속에서나 하는게

아니구나 하는 느낌도 받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둔감한 나에게도 아우님의 순간 순간 치미는 허전함과 복바치는 눈물을 감당치 못하고 억지로 감추는 듯한 표정이 읽혀질 때,

"아!~ 우리 인생은 모두 정을 먹고 살고 정을 주고 살며 정 때문에 태어난 존재가 확실 하구나" 하고 느낍니다.

자기 주장이 전혀 없는 맹충이가 아니라면 약간의 혈기나 작은 고집도 크게 흠될 게 없습니다. 오직 是是非非에 대한 올곧은 판단과 깨끗한 승복은 주변 사람들을 모두 편안하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속적인

凡人들 사이에서 말하는 道人이니 得道니 하는 말들이 아우님에게는 결코 지나진 찬사가 아닙니다.

아우님 부디 건강하세요! 요즘 부쩍 유학(儒學)공부에 열중 하는 모습은 참 보기 좋더이다. 종교인들, 특히나 우리 주변 사람들의 경색된 사고의 폭을 넓혀 가려면 다면적 사고를 위해서 생활 철학과 질서가 담긴

유학 공부는 권장할만 합니다. 나도 바로 그 대학에서 필수 교양 과목으로 2년간 얼치기로나마 유학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끼리는 같은 가정의 친구이자 같은 교회의 동료 장로로서 주일날이 아니더라도 어떤 때는 매일, 늦어도 일주일에 한 두번씩은 한 교회소속의 가정 형제들과 어울려서 같이 운동(탁구)도 하고 식사도

하는 편이어서 별로 꺼릴것도 없을 만큼 가깝고 친합니다. 다만 내가 좀 주관이 세고 강성이긴 하나 아우님은 나이가 두어살 적다는 이유로 항상 양보하려는 자세가 오히려 부담이 되더이다. 이제 새삼스럽게 말로 해도

될 것을 이렇게 편지 형식으로 남기고자 하는 뜻은 말보다도 글로 남겨야만 더 속 마음 전달이 잘 될것 같아서 입니다.

그리고 이 편지는 내가 아우님께 하고 싶은 우리 둘만의 대화이기도 하지만 우리 가정 형제분들이 전부 들어서도 나쁠게 없으리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언젠가 아우님은 우리 둘만 있을 때에 이러한 안타까움을 토로 한 적이 있습니다.

".. 왜 우리 님께서는 공식 대중 집회에서 꼭 저렇게 역정을 내시고 #스러운 말씀을 하실까?.."

".. 왜 같은 말씀을 세번 네번 반복 하시나?... 신비성마저 여지없이 떨어져 나가는데....?"

".. 왜 귀빈 초대 만찬회 등에서 시간을 좀 지켜 주시면 좋으련만, 심정적 내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오히려 지루감과 거부감을 가지고 역효과가 나지 않겠나?". 등등 말입니다.

언듯 듣기에는 불만의 표출일 수 있으나 자식이라면 ㅡ 친자식이 아닌 우리 같은 날나리 자녀일지라도 ㅡ 당연히 가지는 솔직한 안타까움의 표현입니다. 아마도 모두가 가지는 공통 관심사 일 것입니다.

나는 이럴 때마다 형이랍시고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도 모르고 이렇게 대답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 "하늘이 맺힌 역사적인 한을 이순간 푸시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 고

사랑하는 아우님!

우리 서로 부축해가며 변함없이 오래오래 친하게 삽시다.

아우님이 주변에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모두의 힘이요 보람이 됨은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겝니다. 하나님의 가호와 참부모님의 은총이 늘 함께 하시길 빕니다.



2010년 4월 어느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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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정해관님의 댓글

오랫만에 들려 제목만 보고는 '혹시 나?' 했습니다.
그 아우님께서 님에 대한 충정으로 표현하신 내용이 때로는 어느 한면이 초대회장님께도 해당됨을 상고해 보면서 웃음이 납니다.

설악산의 다짐(나잇살 들기 전에 旅情을 쌓을 기회를 확대하자던)이 자~알 영글어가야 할텐데....

신재숙님의 댓글

예 ! 알겠습니다.
댓글에 일일이 답을 주시는 정성에 감복합니다 .
앞으로도 좋은글 올려주시면 요즘처럼 신앙적으로
허한 때에 큰 은혜가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박순철님의 댓글

형제의 사랑은 횡적 사랑의 대표적인 이미지라고 풀이합니다.
누구보다 높은 것도 아니고, 앞서 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어깨동무하고 깔깔거리는 아름다움입니다.

그리고 동운형님한테 가면 눈물이 됩니다.
좋아도 울고, 안타까워도 울고~~~~~

그래서 무디고무딘 아우들을 우울하게 만듭니다.

그래도 밉지 않은 형님이니...
그것이 참, 이상합니다.

김동운님의 댓글

신재숙 권사님!

이름은 벌써부터 기억하고 있으나 얼굴 하고는 일치를 못 시키고 있습니다.
별 것도 아닌 글을 항상 좋게 평가해 주시니 차를 한 잔 사도 제가 사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 만나면 아는 체 해주십시요.

고종우 권사님!

시인은 항상 마음이 여리고 표현력이 남다른가 봅니다.

항삼형!
고맙군요.

항상 웃으시는 맑은 인상 때문에, 평생에 원수지는 일은 없으리라 장담합니다.

조항삼님의 댓글

관포지교(管鮑之交)에 비견(比肩)되는 뜨거운 천정을 느끼면서 오랜만에
가슴에 잔잔한 감동이 일네요.

보통 있을 수 있는 우정이라지만 일상적인 동정에 세심한 배려는 참으로
지나친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빛바랜 편지일지는 모르지만 진정한 참사랑의 향기가 묻어나는 가슴 깊숙한
소회(所懷)는 글을 접하는 이들에게 마음을 짠하게 합니다.

평소 교감을 통해서 상대의 맘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형제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는군요.

영원한 형제애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고종우님의 댓글

편지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지만
김동운 전 회장님이쓰신 편지는 외로운 가슴에
다시 용기를 내서 살아볼 가치를 주심 같습니다.
그분께서 심금을 울리며 힘을 내며 일어서실것 같습니다.

이래서 우리 홈은 사철 따뜻한 공간 임에 틀림 없습니다.

신재숙님의 댓글

형제를 사랑하시는 마음이 묻어남니다 .
구구 절절 가슴에 와 닿는 내용입니다 .
그대 아픔이 내 아픔일 진대 곁에서 지켜보시며 염려 하시고 챙겨주시는 님.
진정 참사랑의 소유자이십니다 .

늘 글을 올리실 때마다 어찌그리 저와 생각이 같으신지 ......
언제한번 차라도 나눌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동운 예전에 회장님 ! 좋은글감사합니다 !

김동운님의 댓글

댓글을주신 노숙, 황을 자매님!
그리고 항상 사려 깊으시고 올곧은 신앙을 하시는 이판기 목사님!
관심을 표명하여 주신데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사람의 기준은 딱이 무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주변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을수록
힘이되고 사는 보람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황을님님의 댓글

판기선배님 우공이니 나도 우공녀가 되고싶다
고난의 행군을 하시는 아버님의 세계변두리에서
나도 오늘 기웃거리고 있다

이판기님의 댓글

나이가 들어가니 먼저 떠나는 친구도 있고 짝을 먼저 떠나보내는 이도 있고....
암튼 인생의 짧음이 지리게 느껴집니다. 위로의 말씀을 남기고 싶습니다

아버님은 인류앞에 추억을 만들어 남기시려는 것 아닐까요?
예수를 추억하는 것이 기독교이듯, 앞으로 인류는 아버님을 추억하게 되라라 생각합니다
23시간 훈독회 하시고, 만찬장에서 5시간 말씀하시고, 지역유지들 모아놓고 영계메시지 읽게하시고...
아버님의 매일의 생활은 평안함과는 거리가 멀지 않습니까? 메시아가 평안함의 일상으로 어찌 추억을 인류앞에 유산으로 남기겠습니까?
이런생각은 우공 개인의 생각으로 ‘어리석은’ 생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공은 그런 고난의 행군을 하시는 아버님의 세계 변두리라도 기웃거리고 싶습니다.

유노숙님의 댓글

아주 좋습니다 .잘올리셨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누군지 모르지만 초대회장님 같은 친구가 있어서 참 좋겠습니다.
부부란 같이 살다가 두어달 앞뒤로 가는것이 제일 행복할것 같아요
혼자되신 분들이 정말 안타갑습니다.그래도 우리는 다른 사람들 하고 다르다고 생각 하고
끈끈한 형제의 정을 나누시기 바랍니다.

김동운님의 댓글

지난해 9월 상처한 우리 형제 한분에게, 금년 봄 언젠가 새벽에 편지 한통을 쓰 놓고 있다가
늦게나마 썩히기 아까워 이렇게 공개적으로 띄웁니다.

승화식장과 원전식장에서 기도해 드린 인연도 있고 평소에도 흉 허물 없이 지내던 터여서
비록 지난 편지이나 형제 자매님과 그 마음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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