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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생신  
 
  장맛비 내리던 칠월 모일  빗방울 뚝뚝 떨어지던 꼴짐을 가득지고  속옷까지 흠뻑 비를 적시고 등이 휘도록  대통소리 기침을 토하시던 당신을 기립니다.  
 훈장처럼 달았던 이마엔 골 깊은 주름이 늘고  거북등 손발에 힘이 겹던 헌신된 당신의 삶  찢어지도록 가난한 찌든 살림살이에도  칠남매 남부럽지 않게 키워 보겠다던 집념  
 평생 남루한 옷과 봉 담배로 긴 숨을 고르시던  당신에겐 부동산 투기도 경제학도 불요했고  흙에다 집념을 심고 흙에서 희망을 찾았던  오직 자식들 잘되기만 바라던 그 집념  
 한여름 염천에도 오수 한번 모르시고  사시사철 잠시도 쉬시지 못하시던 그 거룩한 육신  도화행화 꽃 몽우리 지던 십 수연 전 어느 봄  그 집념 거두던 날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알면서도 잊고 살았던 생전의 그 생일  이미 그 오랜 시간 지나고 다시 돌아온 생신날  그렇게도 아끼던 당신의 그 아들딸들이 자라  모인 오늘 당신을 회상하며 그 사랑 더듬는데  아직까지 느껴지는 이렇게도 포근하고 따사로운  당신의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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