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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올 추석에는
끊어졌던 옛 친구의 소식 들려왔으면 좋겠네.
산에 들에 곡식 여무는 소리 두둑, 두둑 들렸으면 좋겠네.
논두렁, 밭두렁마다 농부들의 웃음소리 햇살처럼 가득하였으면 좋겠네. 
서로의 안부를 물어가며 너나없이 덕담을 주고받는 우리 형제들, 
언제나 그윽하게 바라보시는 노년의 아버님 곁에서 
오래오래 한솥밥 먹으며 살아갔으면 좋겠네.
 
갈대처럼 휘어진 허리에 산골짜기만큼 깊은 어머님의 세월이
집안 곳곳에 묻어 있는 고향의 사립문 밖에서는 
동무들 부르는 소리, 정다운 소리 나지막이 들려왔으면
 
팔월, 밝은 달처럼 휘영청 떠오른 우리 삶,
이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정말 우리의 인생, 그랬으면 좋겠네. 
 
그리움만 전해놓고 저 혼자 가슴 앓았던 
날마다 품고 살아도 지치지도 않는 추억을 먹고 사는 이에게 
그래도 그대, 잘 있다는 짧은 소식만이라도 전해들었으면 좋겠네. 
 
당신으로 말미암아 세상의 하루가 이렇게 기쁘고 평온하다는 것을 
함께 하는 가까운 이에게라도 들려주고 싶네. 
바람결이라도 그대의 행복한 소식 소원처럼 전해졌으면, 
그랬으면 좋겠네.
 
앞서거니 뒤서거니 고향길에 들려오는 모든 귀하고 소중한 사연들
밝고, 희망차며 따뜻하였으면, 절로 미소 머금게 하였으면
바라만 보아도 넉넉한 한가위만큼만 되었으면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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