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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컵 개막식 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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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학원 교장단 일행은 피스컵 안달루시아 개막식과 첫 게임인 유벤투스와 세비야FC의 시합을 보기 위하여, 현지 시간 7월 23일 밤 9시30분에 올림픽 주경기장에 도착했습니다. 운동장의 크기가 상암운동장보다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정말로 더운 날씨였습니다. 40도에 육박하는 날씨라서 낮에는 길에서 사람보기가 어려웠어요. 워낙이 더운 날씨라 피서간 사람들도 무척 많았다고 합니다. 입장료가 우리 돈으로 5만원이라나...

관람하기 좋은 자리를 잡으러 일찍 가서 본부석 반대편에 가서 앉았습니다. 경기가 10시에 시작하는데..... 아찔하였습니다. 내가 보기에 약 1,000명 정도의 관중만이 우리 주변과 본부석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고..... 썰렁... 그 자체였습니다. "아버지..." 소리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이게 무슨 국제적인 망신인가. 국제축구연맹의 여러 중요 인사들도 나오고, 세계의 각종 메스콤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상황에 빈 경기장이라니.....

그러나 우리 일행의 작은 힘으로 어떻게 하겠습니까? 멀리서 볼 때 많이 온 것처럼 보이도록 모두들 의자를 한 칸씩 띄어서 앉았습니다. 솔직이 개막을 알리는 공연도, 키메라가 4 마리의 백마가 이끄는 하얀 수레를 타고 나와서 노래를 하며 운동장을 두 바퀴 돌아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휘슬이 울리고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전광판에서는 스코어만 보여주고, 주요경기장면 등 동영상은 전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경기장 안에 시계가 없어서 경기소요시간을 알 수도 없었습니다.

약 10분쯤 지났을까요 ??? 무심코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벌떡 일어나서 사방을 돌아 보았습니다. 다시 한번 "아, 아버지"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어느 틈에 들어 왔는지 내가 있는 스텐드과 본부석 주변까지 관중들이 가득 차 있는 것입니다. 어림짐작으로 약 5만명은 되어 보이는 숫자였습니다. "됐다. 이 정도면 하느님과 참부모님의 체면은 충분히 세웠다."하는 소리가 내 마음 속에서 마구 터져 나왔습니다.

양쪽 골대가 있는 쪽은 더문더문 빈 자리가 있었지만, 거기는 원래 관중들이 잘 안가는 자리입니다. 날씨가 워낙 더워서 낮에는 아무른 공식적인 행사도 못하고, 밤 10시도 별로 어둡지 않아서, 모두들 시원한 곳에서 쉬고 있다가 경기가 시작하니까 그때야 들어들 온 것입니다. 우리는 다시 자리를 좁혀 앉았습니다. 좁아져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버님께서 스페인어로 개막을 선언하실 때, 비었던 자리가 이제 충분히 만족스런 상태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어머님께서 들어가시고, 전반전이 끝난 뒤 아버님도 자리를 뜨셨습니다. 이제 마음 편하게 관전할 수가 있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정열적이라는 말은 익히 들었지만, 현장에서 겪는 이들의 열광은 내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공이 골대를 맞고 튀어 나오니 5만 관중이 일제히 "우~~~~"하는 소리는 내는데, 운동장이 흔들릴 정도였습니다. 후반전이 끝날 때까지 응원은 조금도 식지 않았습니다.

초등학생도 아저씨도, 할머니도 손벽을 치면서 응원하는데 너무나 조직적이었습니다. 앞쪽에서 초등학생 한 명이 일어나서 박수를 유도하는데, 그 뒤에 앉은 모든 사람들이 그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짝 짝 짝 리듬에 맞추어 박수를 칩니다. 우리 일행도 그들과 같이 박수치고 고함지르고 손을 흔들었습니다.

여기는 노소가 없었습니다. 한국의 경기장에서 우리 나이의 남자들이 고함을 지르고 벌떡 일어서서 열광한다면 그 자체가 구경거리인데, 여기서는 당연한 장면이었습니다. 유벤투스가 먼저 한 골을 넣었습니다. 홈 팀이 아닌데도 뜨거운 응원을 보내주었고, 후반 들어서 홈팀인 세비야FC가 한 골을 넣으니 천지가 뒤집어진 것처럼 그렇게 열광들이었습니다.

팬클럽이 와서 조직적으로 응원을 유도하지도 않았지만, 관중들은 잘 훈련된 응원단처럼 자발적, 열광적이었습니다. 시합이 끝나니 새벽 1시였습니다.

썰물이 빠지듯 5만 관중이 나가는데 크게 붐비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기를 많이 치러 본 사람들이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일행이 탄 버스가 나가는데 자동차 경적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습니다.

같은 호텔에 투숙한 36가정 선배님들은 아직 돌아 오시지 않았지만, 우리 일행은 내일의 일정을 위하여 인사도 못드리고 서둘러 객실로 돌아갔습니다. 다음날 아침 푸론트에 확인해 보니, 그 분들은 거의 오전 일정을 취소하고 쉬신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도 고함을 지르고 열광하느라고 무척 피곤했는데, 시차적응까지 해야하니 연로하신 그분들이야 오죽하시겠습니까.

곽정환이사장께서 초대하셔서 스페인에 오신 36가정 선배님들을 외국땅에서 만나 인사드릴 때, 내가 정년퇴임한다는 소식을 벌써 들었다면서 격려해 주시는 김영휘, 김찬균, 이재석, 이수경, 정대화, 사길자, 박영숙 등등 약 20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렸습니다. 또, 1억이 넘는 큰 돈을 들여서 같은 가정들을 챙겨주시는 곽이사장님의 형제 사랑 앞에 부러움이 앞섰습니다. 당연히 받을만한 칭찬의 주인공이시고, 섭리의 희생자들이신 36가정 선배님들, 우리 후배들이 모셔야할 소중한 분들임을 객지에서 다시한번 깨달았습니다.

스페인의 많은 성당들을 보면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웅장함과 예수 팔아 먹는 후손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파리, 런던을 거치면서 계속 성당들을 구경했는데 모두 명동성당 보다 엄청나게 더 큰 규모였습니다. 루불박물관, 대영박물관, 베르사이유 궁전을 보면서 엄청나게 큰 규모 앞에 불국사와 경복궁의 초라함과 왜소함을 비교했습니다. 대영박물관에서 파르테논신전이 왜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유물 제1호인지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웅장한 것들이 지금은 한갖 관광지일 뿐이었고, 입장료를 받는 상업적인 시설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예수 하나로도 모자라 성모마리아까지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집인 성당이, 중세에는 잘 믿는 사람들의 무덤이었고, 성당 건물안 여기저기에 무덤이, 관이, 제실이 돈을 많이 낸 순서대로 널러 있었습니다.

이제 100년이. 200년이, 많은 세월이 흘러가 우리가 육신을 땅 속에 묻어두고 영계로 가 있을 때, 우리의 후손들이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고, 우리가 남긴 천성왕림궁전, 천정궁, 천복궁, 많은 시설물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결국 우리가 어떤 심정자세로 어떤 실적을 남기느냐가 관건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결국 내가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결국 나한테 달렸다는 것입니다.

결국 "천주주관하기 전에 자아주관 먼저 하라."시던 말씀이 정답이었습니다.

소중한 경험과 가슴에 남는 깨달음을 가진 뜻깊은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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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박순철님의 댓글

최근에 세계일보의 자매지인 "스포츠월드"를 보니 피스컵 개막전의 관람자 총수가 15,000명이었다고 기사가 난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좀 흥분해서 50,000명이라고 한 것은 과잉판단에서 나온 것입니다. 다만 기억해 주실 일은 시작하기 30분전에 빈자리가 너무너무 많아서 가슴을 조렸던 때문이라고 변명해 봅니다.

양형모님의 댓글

성남일화와 세비아FC 와의 친선경기는 무승부지만 일화가 이긴것이나 마찬가지였지요.
세비아FC 팀이 스페인에서도 유명한 팀이거든요.
배려로 VIP로얄 박스에서의 관람은 영원히 영원히 추억으로 남을것이며,
며칠후에는 마드리드 경기장에서 레알 마드리드팀(호날드 9번)과 리가도키토팀(엘살바도르 나라)
4대3으로 레알 마드리드팀의 승리는 환상적이었습니다.
우리 가정들이 많이 참여했었으면하는 아쉬운 마음이 가득횄네요.

박신자님의 댓글

스페인까지 원정경기 관람을 하신 교장선생님의 생생한 기록...
현장감이 있습니다.
감사함과 부러움이 겹칩니다.

박순철님의 댓글

스페인에 우리 식구들이 거의 없다시피하고,
개최도시인 세비야의 풍속이 원래 그런지 모르겠지만
길거리에서 피스컵을 홍보하는 현수막이나 게시판 같은 것을 거의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더구나 안달루시아는 마드리드에서 고속버스로 4시간을 달려야 도착하는 곳이라서
마드리드의 많은 축구펜들을 유인하는 데에 한계가 있고,
안달루시아의 중심도시인 세비야도 인구가 150만명 조금 넘는 정도이고,
개막식 다음날의 기온이 41도였으니, 가족단위로 무더기로 피서여행을 떠나버린 것을 감안할 때,

5만명 가까운 인원이 개막전을 관전했다는 것은 큰 성공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그외의 경기에 관중석이 크게 빈 것은 역시 안타까웁지요.

2년뒤 영국에서 개최할 예정이라는데, 개최지와 흥정과 계약을 잘 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남은 결승전에 관중석이 꽉꽉 차기만을 기원합니다.

그래서 피스컵이 관중동원능력이 있는 수준높은 이벤트라는 깊은 인상을
전 세계에 심어주게 되기를 또 기원합니다.

문정현님의 댓글

지금까지는 종주국에서 개최가 된것과 달리 스웨덴 진출이라
걱정도 있었을건데... 축구를 사랑하는 유럽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오순네 홈에서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어서 좋습니다.
교장선생님 ! 선정학원에서 투입하신 교육자산이 녹아나서
학교의 발전이 교장님의 기쁨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이인규님의 댓글

역사적인 피스컵 개막식전을 홈으로 옮겨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섭리의 현장이란 늘 산술적 계산 방법이 잘 통하지않을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함에도 불구하고 가야하고 따라야 하는 현실 앞에서 순종의 미덕을 발휘해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이순희님의 댓글

하늘의 심정과 사정을 헤아리며 쓰신글 잘 읽었습니다.
같히 현장에 다녀온것 같은 생생한 뉴-스였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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