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훈병

늙은 훈병

                                                              소화/고 종우

편지 받고 힘이 난다 으쌰, 으쌰,

오직 마음 따뜻해지는 순간 소처럼 웃는다

내 덕에 손 편지 몇 년 만에 써 보는 식구들

유별난 불침번으로 시작되는 하루

상관 쓰레기 분리수거하며

세상에 아직도 커피가 존재 하네, 씁쓸하다

여단에서 다섯 번째 늙은 훈병

수건 두 번 접어 왼팔에 얹고 세면장 가기

각 맞춰 속 옷 개기, 순서대로 소지품 놓기, 등

트집 당하기 일쑤다

눈높이 한 자락 내려 스무 살에 맞추는 하루

마음 깊은 곳에 화를 쑤셔 박으며

한 끼 메뉴로 우울증 수치 조절하고

일주일에 한번 아이스크림 만나는 시간은

맹신도가 예수님 만나듯 은혜롭다

초코파이 그리워 헌혈 줄에서고

주일날 간식에 따라 신자가 나뉘는 곳

그래도 세상 속 무질서와 타성을 다이어트 하며

자대 배치 될 때 하늘이시여 제발!

오랜만에 심중 깊은 기도를 한다